pencil and colored pencil on paper, 229×330.5(mm), 2020

pencil and colored pencil on paper, 229×330.5(mm), 2020

일곱 번째 놀이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아무것도 없기에 아름답고, 부질없어서 아름답다. 그 덧없음을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아름답고,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햇살이, 일렁이는 그림자가 아름답다. 텅 빈 공백에 넋이 나간 아이를 토닥토닥 달래는 할머니의 손길이 그립다. 미간에 응축된 일상의 긴장이 녹아내린다.

 


인드라망

인드라망은 서로를 비추며 끝없이 펼쳐지는 구슬들로 만들어진 그물을 뜻하는 불교용어이다. 두 번째 놀이에서 언급한 “미타쿠예 오야신”과 비슷한 결을 가진 말이다. 우리는 각자 스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은 서로를 비추며 만물과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옹기종기 인형들이 모여 있다. 생각에 잠긴 눈, 호기심 어린 눈, 해맑게 웃어 보이는 눈, 텅 빈 눈, 놀란 눈... 인형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림의 인형은 우리의 페르소나를 상징하며, 관계에 따라 드러나는 다양한 가면의 행태를 보여준다. 우리는 가면과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기도, 두꺼워진 가면의 그림자에 무너지기도 하며, 자주 쓰는 가면의 익숙함에 무뎌져 그 존재 자체를 망각하기도 한다.

인형은 그런 우리 모습을 구슬처럼 비춰준다. 그림자를 투사하며 서로를 탓하기도 하고, 가면을 이상화하며 맹목적인 믿음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면 뒤에 가려진 서로의 존재를 비추며, 가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밝혀주는 것 또한 우리 모습이다. 인형은 서로를 비추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그 ‘우리’를 표현한다.

배경 음악: 최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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